나는 수술을 받은 후, 항암 치료를 해야 했다. 수술 후 항암 치료는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었다. 나처럼 직장암 3기 B는 고위험군이므로 수술만으로는 생존율이 30%밖에 안되지만, 이후 항암 치료를 하게 되면 생존율이 70% 정도까지 올라간다. 그래서 힘들어도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의사는 나에게 FOLFOX(폴폭스) 요법을 권유했다. 처음에는 항암 치료가 정확히 어떤 과정인지, 힘들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힘든지 몰랐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단순히 약을 맞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 모두를 시험하는 과정이었다.
- 대장암과 직장암의 항암 치료 방법
대장암과 직장암의 항암 치료는 환자의 병기와 상태에 따라 다르게 진행된다. 1기나 일부 2기 환자는 항암 치료 없이 수술만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3기 이상부터는 수술 후 보조 항암 치료가 권장된다.
- 보조 항암 치료(Adjuvant Chemotherapy)
- 수술 후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행
- 남아 있을지도 모를 미세한 암세포를 제거하는 목적
- 선행 항암 치료(Neoadjuvant Chemotherapy)
- 수술 전에 종양 크기를 줄이기 위해 시행
- 직장암의 경우, 방사선 치료와 병행하는 경우도 있음
나는 수술 후 보조 항암 치료를 진행해야 했다. 수술 시 의사의 눈에 보이는 암은 모두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어딘가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있을 수 있다고 한다. 남아있는 암세포가 다시 활동을 하면 재발이 되는 것이다. 대장암과 직장암에 많이 사용되는 항암 치료 방법은 폴폭스와 젤록스가 있다.
- 폴폭스(FOLFOX) 항암 치료란?
폴폭스 요법은 대장암과 직장암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항암 치료 방법 중 하나다. 세 가지 주요 약물을 병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 FOL(Folinic Acid, Leucovorin)
- 항암제의 효과를 높이는 역할
- F(5-Fluorouracil, 5-FU)
- 암세포의 DNA 합성을 방해하여 성장 억제
- OX(Oxaliplatin)
- 백금 계열 항암제로, 암세포를 직접 공격
이 치료는 보통 2주 간격으로 12회 진행되며, 약 6개월 동안 이어진다. 치료를 받기전 먼저 혈액 검사를 한다. 검사결과 백혈구 수치가 너무 낮거나 혹은 간 수치가 정상적이지 않으면 주사를 맞을 수 없다. 나는 호중구 수치가 너무 낮아 2번 정도 밀린 적이 있었다. 일단 피검사 결과가 정상일경우 병원침대 혹은 눕혀지는 의자에 누워 주사를 맞는다. 총 세 가지 약물을 맞아야 하는데 병원에서는 옥살리플라틴과 류코보린을 2시간 정도 맞는다. 나는 미리 캐모포트를 심어놨기 때문에 캐모포트로 바로 약이 주입되었다. 마지막 약물인 5-FU는 48시간 동안 맞아야하기때문에 휴대용 주입기를 캐모포트에 꽂고 집으로 가면 48시간 동안 천천히 내 몸으로 약물이 주입되는 식이다. 긴 시간 주입기를 몸에 부착하고 생활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불편했다. 약이 다 들어가면 다시 병원에 가서 주입기를 제거해야 한다.
- 젤록스(XELOX) 항암 치료란?
젤록스 요법은 폴폭스 요법과 유사하지만, 약물 투여 방식이 다르다.
- XELO(Xeloda, Capecitabine, 경구 항암제)
- 먹는 항암제로, 체내에서 5-FU로 변환되어 작용
- OX(Oxaliplatin, 정맥 항암제)
- 폴폭스 요법과 동일한 백금 계열 항암제
젤록스 요법은 3주 간격으로 8회 진행되며, 폴폭스와 똑같이 약 6개월 동안 이어진다. 폴폭스 요법보다 항암 주사 횟수가 적다는 점이 장점이다. 먼저 옥살리플라틴이라는 항암제를 병원침대 혹은 의자에서 2시간 정도 투여받은 후 집에 가서 젤로다라는 먹는 항암제를 14일 동안 복용하는 것이다. 젤록스 요법의 가장 큰 장점은 젤로다 (경구 항암제)를 집에서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폴폭스 요법처럼 주입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일상생활이 조금 더 자유롭다. 하지만 약을 먹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젤록스 요법이 더 편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 폴폭스와 젤록스, 어떤 차이가 있을까?
폴폭스(FOLFOX) | 젤록스(XELOX) | |
항암 방식 | 정맥 주사(IV) | 정맥 주사 + 경구 복용 |
주기 | 2주 간격 | 3주 간격 |
총 횟수 | 12회 | 8회 |
투여 방식 | 병원 방문 + 48시간 휴대용 주입기 착용 | 병원 방문 + 14일 동안 먹는 항암제 복용 |
편의성 | 병원 방문 및 주입기 착용이 불편 | 경구 복용으로 이동이 자유로움 |
- 폴폭스 항암 치료 중 겪은 부작용
처음 항암주사를 맞았을 때 밤에 구토를 심하게 했다. 너무 심해서 2회 차부터는 의사가 구토방지약을 처방해주었다. 주사를 맞기전에 구토방지 주사를 먼저 맞기도하는데 그걸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래도 2회차부터는 항암 1시간 전에 구토방지약을 먹은 덕분인지 더 이상의 구토는 없었다. 하지만 치료가 거듭될수록 오심과, 손발끝 저림 등의 부작용은 점점 심해졌다.
- 말초 신경병증
옥살리플라틴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손발이 저리고 찌릿한 감각이 지속된다. 특히 차가운 것에 닿으면 심한 통증이 느껴지고, 차가운 물이나 음료도 목이 아파 넘기기가 힘들었다. 젓가락이나 볼펜 등을 잡는 것도 어려웠고, 양말을 항시 신고 집안일을 할 때도 장갑을 끼고 해야 했다.
- 심한 피로감
휴대용 항암 주입기를 빼고 나면 항암제가 몸에 다 들어가서 그런지 아파서 시체처럼 누워있어야 했다. 정말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할 정도로 아파 움직이기가 힘들며, 일어나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잠이 쏟아졌다.
- 소화 문제와 구토
항암제는 소화 기관에도 영향을 미쳐 소화도 안되고 변비나 설사가 심해질 때도 있었다. 오심이 너무 심해 어떤 날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물만 마신 채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 호중구 수치 저하
호중구 수치가 낮으면 항암제를 견딜 수 없어 주사를 맞을 수 없다. 보통 주사를 미뤄서 한주정도 쉬면 수치는 자동으로 올라간다. 호중구 수치를 높이기 위해 수치향상에 좋다는 음식을 먹었으나 초반에만 도움을 받았고 항암이 계속될수록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호중구 수치가 회복되지 않으면 호중구 수치를 올리는 주사를 맞을 수도 있다.
- 머리 빠짐
대장암이나 직장암 항암제는 다른 암의 항암제에 비해 머리 빠짐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5회 차정도부터는 머리카락이 심하게 빠져서 가발을 구입해야 했다. 병원에서 만나 함께 항암을 시작했던 분은 나와달리 젤록스 요법을 하셨는데 머리카락이 하나도 안 빠졌었다.
폴폭스 항암 치료를 마치며...
6개월의 폴폭스 치료를 마치고 나니, 마치 긴 터널을 지나온 기분이었다. 12번의 치료가 너무 힘들었지만 치료를 받을 때마다 이제 몇 번 남았으니 힘내자고 스스로 독려하였고, 부작용이 심할 때는 "이것도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하며 견뎠다. 치료를 하며 가장 힘이 되었던 것은 주변사람들의 도움이었다.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말 견디기 힘든 싸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항암 치료를 받는 환우와의 대화도 정말 도움이 된다. 나는 병원에서 만난 환우가 집 근처에 살아서 항암 주기가 맞을 때는 병원도 함께 가고 서로 정보도 공유하며 위로를 받았다.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려 하지 말고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 내가 다시 건강해지면 나도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치료가 끝났다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암과 싸울 수 있는 힘을 길렀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항암 치료는 누구에게나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잘 버티면 반드시 끝이 온다. 대장암이나 직장암을 진단받고 폴폭스 항암 치료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내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항암 치료는 길고 힘든 여정이지만, 하나씩 차근히 극복해 나가면 결국 완주할 수 있으니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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