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장암 진단을 받고 바로 수술을 해야 했다. 암 덩어리가 커서 이미 직장을 점령한 상태여서 변을 보기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배는 계속 아프고, 계속되는 혈변은 공포 그 자체였다. 다행히 암의 위치가 직장 상위 부분, 대장과 직장을 연결하는 에스결장 바로 아래쪽이라 직장의 대부분을 살릴 수 있어 방사선이나 선항암 없이 바로 수술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직장암에서 암의 위치는 정말 중요하다. 암이 직장 아랫부분에 위치할경우 직장 대부분을 절개해야 하므로 직장의 역할이 힘들어 장루를 차야할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선항암이나 방사선으로 암의 크기를 줄여 수술 시 최대한 직장을 살려야 직장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암이 직장 위쪽에 위치했던 것에 감사했었던 기억이 난다.
대장이나 직장암의 수술은 보통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로 나뉜다. 나를 수술해준 국립암센터 의사는 대장암 복강경 수술의 권위자였으며, 다행히 나는 복강경 수술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기에 개복수술보다 비교적 덜 부담스러운 방법으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복강경 수술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장점과 단점이 분명히 존재했다.
- 복강경 수술이란 무엇인가?
복강경 수술은 배를 크게 절개하지 않고, 몇 개의 작은 구멍을 통해 수술하는 방식이다. 의료용 카메라(복강경)를 삽입해 내부를 확인하면서 진행되며, 절개 부위가 작아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의사가 설명한 복강경 수술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 배에 작은 구멍(보통 4~5개)을 냄
- 카메라를 삽입해 내부를 모니터로 확인
- 가스를 주입해 복강 내 공간을 확보
- 특수 기구를 이용해 종양이 있는 대장 또는 직장 절제
- 남은 장을 이어 붙이거나 필요하면 인공항문(장루) 형성
나는 직장에 암이 있었기 때문에 저위전방절제술(LAR, Low Anterior Resection)을 시행했다. 암이 직장 하부에 위치한 경우 장루가 필요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나의 경우 장을 직접 연결하는 문합술이 가능했다.
- 복강경 수술의 장점
복강경 수술의 장점은 회복 속도다. 개복 수술은 복부를 크게 절개하기 때문에 통증이 심하고 회복 기간도 길다. 하지만 복강경 수술은 작은 절개만으로 진행되므로 상대적으로 덜 힘들다.
의사는 다음과 같은 복강경 수술의 장점을 설명했다.
- 절개 부위가 작아 흉터가 적음
- 출혈이 적어 수혈이 필요할 가능성이 낮음
- 감염 위험이 낮음
- 회복 속도가 빨라 입원 기간이 짧음
- 장 기능 회복이 빠름
하지만 복강경 수술이 모든 환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암의 크기가 크거나, 주변 조직과 유착이 심한 경우에는 개복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 수술 당일, 복강경 수술을 받다
수술 당일, 긴장된 마음으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마취 후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수술이 끝난 상태였다.
첫 번째로 느껴진 것은 복부의 통증이었다. 절개 부위는 작았지만, 내부에서 장을 절제하고 연결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복부 깊숙한 곳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의사는 수술이 잘 진행되었고, 특별한 합병증 없이 마무리되었다고 했다.
수술 직후에는 몇 가지 불편함이 있었다.
- 복부 팽만감: 수술 중 가스를 주입했기 때문에 배가 부풀어 오른 느낌이 들었다.
- 배변 욕구: 장을 절제하고 문합했기 때문에 배변이 원활하지 않았다.
- 소변줄(카테터) 삽입: 처음 며칠 동안은 소변줄을 유지해야 했다.
- 통증: 절개 부위보다는 내부 장기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더 컸다.
하지만 개복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 비해 통증이 덜했고, 움직이는 것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 수술 후 회복과정
수술 후 첫날은 금식 상태였다. 정맥을 통해 수액을 공급받았고, 장이 정상적으로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집도의는 통증이 심해도 걸어야 장유착이 생기지 않는다며 열심히 걸어 다니라고 하였다. 하지만 첫째 날은 진통제를 맞아도 통증이 너무 심해 침대에서 일어나고 눕는 것마저도 힘겨웠다.
둘째 날부터는 아픈배를 부여잡고 무조건 걸어 다녔다. 병원복도에 쭉 이어져 붙어있는 바를 잡고 조금씩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복도에 걸어 다니는 방향 및 현 위치가 몇 미터 지점인지가 표시되어 있어 그걸 의지하며 얼마나 걸었는지 체크할 수 있었으며, 환우들이 같은 방향으로 속도를 달리해 걸어 다녀 빠르게 걷는 사람은 여러 번 마주치기도 했다.
그다음 셋째 날이었나 방귀가 나왔고 죽 같은 연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힘들게 변도 보았다. 걷기연습을 계속하는 도중에 갑자기 피가 쏟아져 나와 간호사가 뒤처리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수술하고 장에 고여있던 피가 쏟아져 나온 것이니 걱정 말라는 말을 듣고 안심했던 적도 있었다.
복강경 수술의 입원 기간은 보통 7일 정도라고 하는데 나는 퇴원하면 당장 식사를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10일정도 후에 퇴원하였다. 그리고 수술 시 배꼽밑 부분을 조금 절개하며 스테이플러를 박아 살을 고정했었는데 제거하기 위해 일주일 후 인가 병원에 다시 방문하였다.
복강경 수술을 마치고...
나는 직장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다행히 복강경 수술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수술 과정은 힘들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복강경 수술은 분명한 장점이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의사를 믿고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수술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암 치료는 길고 힘든 과정이지만, 올바른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관리한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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