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폭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부작용 중 하나는 말초 신경병증이었다. 치료가 거듭될수록 손발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이 심해졌고, 일상생활에도 불편함이 많았다. 또한 오심도 오심이지만 미각의 변화로 인해 음식의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없었고, 식욕이 급격히 떨어졌다. 다행히 탈모는 상대적으로 경미했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푸석해지고 심하게 빠지는 변화를 경험했다.
이 부작용들은 치료가 끝난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지속되었고, 나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직접 경험한 이야기와 함께, 어떻게 관리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 말초 신경병증 (Peripheral Neuropathy)
말초 신경병증은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 항암제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다. 이 약물이 신경을 손상시키면서 손발 저림, 감각 이상, 근육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 내가 경험한 말초 신경병증 증상
- 초기(1~4회차 항암 치료)
- 손끝과 발끝이 살짝 저린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 차가운 물을 만지면 손이 얼얼하고 감각이 둔해졌다.
- 가끔 손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었다.
- 중기(5~8회차 항암 치료)
- 손 저림이 점점 심해졌고, 작은 물건을 잡는 것이 어려워졌다.
- 젓가락을 사용할 때 손이 떨리고, 단추를 채우는 것도 힘들었다.
- 발끝 감각이 둔해져 걸을 때 균형 잡기가 어려웠다.
- 찬물에 닿으면 손끝이 찌릿한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 후기(9~12회차 항암 치료 및 치료 종료 후)
- 손발 끝이 마비된 듯한 느낌이 지속되었다.
- 플라스틱 컵을 잡다가 미끄러뜨리거나, 글씨를 쓰는 것이 어려웠다.
- 치료가 끝난 후에도 몇 개월 동안 신경병증이 지속되었다.
- 말초 신경병증 완화를 위해 시도한 방법
- 손발을 따뜻하게 유지
- 차가운 물을 피하고, 장갑과 수면 양말을 착용했다.
- 따뜻한 물에 손발을 담그거나, 찜질을 하면 증상이 조금 완화되었다.
- 손 운동 및 마사지
- 매일 손가락 스트레칭을 하고, 도넛같이 생긴 작은 링을 쥐었다 폈다 하며 근력을 유지했다.
- 손바닥과 발바닥을 가볍게 마사지하며 혈액순환을 도왔다.
이 증상은 항암 치료가 끝난 후에도 수개월 동안 지속되었고, 손감각은 돌아왔지만 지금도 발감각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쩌릿한 느낌 때문에 실내에서도 필히 양말을 착용하고 실내화를 신고 생활한다.
- 미각 변화 (Taste Alteration)
항암 치료를 시작한 지 몇 차례 지나면서, 음식의 맛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폴폭스 요법에 포함된 5-FU(5-Fluorouracil) 항암제는 미각세포를 손상시켜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 내가 경험한 미각 변화 증상
- 모든 음식이 금속 맛이 나는 것처럼 텁텁하고 씁쓸했다.
- 단맛, 짠맛, 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싱겁게 먹는 느낌이 들었다.
- 고기와 생선에서 비린맛이 강하게 느껴져 먹기가 힘들었다.
- 음식 냄새에 예민해져 특정 향이 강한 음식은 거부감이 들었다.
- 미각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시도한 방법
- 음식의 온도를 바꿔보기
- 뜨거운 음식보다 미지근한 음식이 덜 부담스러웠다.
- 차가운 음식이 괜찮을 때도 있어, 요거트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 새콤한 과일 섭취
- 귤, 오렌지, 레몬 등을 먹으면 입안이 상쾌해졌다.
- 신맛이 강한 음식이 미각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기
- 한 번에 많이 먹지 않고, 여러 번 나누어 섭취했다.
- 입맛이 없을 때도 억지로라도 조금씩 먹으며 영양을 보충했다.
미각 변화로 인해 음식조리는 완전히 불가능했다. 음식의 간을 맞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각의 변화는 항암 치료가 끝난 후에도 몇 달 동안 지속되었지만, 점차 원래의 맛을 되찾아 갔다.
- 탈모 (Hair Loss & Hair Thinning)
폴폭스 항암 치료는 완전한 탈모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푸석해지며 결국에는 조금씩 빠지는 변화를 경험했다. 다른 암은 첫 항암을 받으면 바로 머리카락과 눈썹 등이 모두 빠져버려 미리 항암 전에 삭발을 하고 눈썹문신을 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다행히 나는 5회차 이후부터인가 머리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눈썹은 눈에 띄게 빠지지 않았다.
- 내가 경험한 탈모 증상
-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 양이 늘어났다.
- 머리카락이 건조하고 힘이 없어 보였다.
- 모발 밀도가 줄어든 듯한 느낌이 들었다.
- 탈모 관리를 위해 시도한 방법
- 순한 샴푸 사용: 자극이 적은 약산성 샴푸를 사용해 두피 자극을 줄였다.
- 머리 감는 횟수 조절: 너무 자주 감지 않고, 필요할 때만 감아 머리카락 보호했다.
- 두피 마사지: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손가락으로 가볍게 마사지했다.
- 머리 보온: 날이 추운날 밖에 나갈 때는 항상 따뜻한 모자를 착용했다.
- 가발 착용: 머리카락이 완전히 다 빠지는 것은 아니기에 머리 정수리를 덮는 부분가발을 착용했다.
말초 신경병증, 미각 변화, 탈모를 겪으며...
항암 치료 중 이 세 가지 부작용은 나에게 많은 불편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탈모는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내가 지나간 길 혹은 앉았다 일어선 자리에는 머리카락이 후드득 떨어져 있어 곤란했으며, 머리를 감을 때도 또 말릴 때도 한주먹씩 빠지는 머리카락은 내가 정말 암환자라는 것을 실감 나게 해 주었다. 차후에는 가발을 착용하여 빠진 머리카락을 보완하기는 했지만 가발은 착용한 티가 너무 많이 나서 웬만하면 모자로 커버하고 다녔다.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한 머리카락도 시간이 지나니 점점 자랐다. 물론 다른 부작용도 점차 사라지거나 좋아졌다.
폴폭스 항암 치료를 받으며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이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부작용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나아질 수 있으니 포기하지 않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ctDNA 검사, 직장암 임상시험을 하다 (0) | 2025.03.03 |
---|---|
항암 치료 후에도 직장암이 전이되었다면, 어떤 치료가 가능할까? (0) | 2025.03.03 |
직장암, 폴폭스 항암 치료 중 호중구 수치 관리 (0) | 2025.03.02 |
직장암 항암 치료, 직접 경험한 폴폭스 요법 (0) | 2025.03.01 |
직장암, 복강경 수술 후 항암 치료 전까지의 관리 (0) | 2025.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