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을 위해 혈액종양내과 의사 선생님을 만났을 때 의사는 나에게 임상시험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내가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ctDNA라는 임상시험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처음 ctDNA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무엇인지 몰라 생소했고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의사가 내 혈액으로 미세 잔존암이 남아 있는지 없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검사가 외국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내 혈액을 보내는데 시간이 걸려 결과는 몇 주 뒤에 나온다고 했다. 검사결과 음성으로 나오면 현재하고 있는 폴폭스 항암을 계속 받으면 되고, 양성으로 나오면 항암중간 약 6회 차 이후부터는 조금 더 강한 약으로 항암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항암 치료를 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이 검사를 통해 음성일 경우 굳이 항암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하며 400만 원짜리 비싼 검사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이 검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암이 남아 있는지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ctDNA(순환 종양 DNA, Circulating Tumor DNA)란 무엇인가?
암세포는 성장하고 사멸하는 과정에서 DNA 조각을 혈액 속으로 방출한다. 이를 순환 종양 DNA(ctDNA)라고 부르며, 혈액 검사를 통해 검출할 수 있다. ctDNA 검사는 CT나 MRI에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의 흔적까지 감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특히 수술 후 재발 위험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나는 혹시라도 몸에 남아 있는 암세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ctDNA 임상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 ctDNA 검사는 왜 중요한가?
1. 재발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다
항암 치료를 마친 후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대장 내시경은 물론 CT, MRI, 혈액검사를 통한 종양표지자 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검사로는 극소량의 암세포까지 감지하기 어렵다.
- CT/MRI → 암의 크기가 커진 후에야 발견 가능
- CEA(암표지자) 검사 → 직장암 환자의 일부에서만 민감하게 반응
반면, ctDNA 검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까지 감지할 수 있어 재발 위험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
2. 불필요한 항암 치료를 피할 수 있다
나의 ctDNA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면, 추가로 독한 항암 약물 치료가 필요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 ctDNA 음성 → 몸에 남아 있는 암세포가 거의 없음 → 독한 항암 치료 생략 가능
- ctDNA 양성 →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음 → 독한 항암 치료 및 여타 추가 치료 고려
3.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ctDNA 검사는 재발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뿐만 아니라, 암의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는 데도 활용된다. 나는 ctDNA 임상시험과 함께 내가 비용을 들여 유전자 검사도 함께 진행했다. 유전자검사는 병원에서 절반정도의 비용을 지원해주는데도 자비로 백만원가량의 비용이 들었다.
- 특정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표적 치료제나 면역 치료제를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
- 전이가 발생한 경우, 기존 항암제보다 더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ctDNA 검사의 한계점
ctDNA 검사는 매우 유용하지만, 몇 가지 한계점도 존재한다.
-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 초기 직장암 환자(1~2기)에게는 크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 3기 이상이거나, 재발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 더 유용하다.
- 100% 정확한 검사는 아니다
- ctDN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완전히 암이 없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 반대로, ctDNA가 검출되었더라도 실제로 재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 비용 부담
- 검사비가 400만원으로 검사 비용이 비싸다.
ctDNA 검사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ctDNA 검사는 현재 내 몸에 남아 있는 암세포가 있는지, 추가 치료가 필요한지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다행히 '음성'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이것은 현재로서는 몸에 남아 있는 암세포가 없다는 긍정적인 신호였다. 그리고 추가로 더 독한 항암을 하지 않아도 되어 정말 기뻤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혹시라도 양성일까봐 정말 마음 졸였던 기억이 난다. 암 치료를 받고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ctDNA 검사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재발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고, 나에게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 후에도 불안감이 계속될 수 있지만, 검사를 통해 내 몸 상태를 더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암과 싸우는 데 중요한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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