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다. 직장암이라는 병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 몸은 이미 여러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병을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니 그때 배가 아팠는데 대장내시경을 더 빨리 받았어야 하나, 응급실에 갔으면 CT를 찍었을 테니 직장암이 있다는 것을 알지 않았을까? 등등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며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은 내가 직접 경험한 직장암의 증상과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경고 신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 지속되는 복통
나는 직장암 진단을 받기 전 지속적인 복통을 경험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배가 더부룩하고 통증이 있었지만, 변을 보거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졌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렇게 증상을 무시하며 살아가다가 한 번은 외부에서 배가 너무 아파 화장실에 갔는데, 변은 나오지 않고 예리한 통증이 거의 한 시간가량 지속되어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 아팠던 것과는 차원이 달라 바로 응급실로 갈까 하다가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견디고 다음날 동네 내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엑스레이를 보고 배에 가스가 많이 차서 그런 것 같다며 그에 맞는 약을 지어주었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복통은 점점 심해졌고, 배에 묵직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직장암으로 인한 복통은 일반적인 복통과 다를 수 있다. 암이 장을 막으면서 배변이 원활하지 않거나 가스가 차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암세포가 장벽을 침범하면서 염증을 일으켜 통증이 지속되기도 한다. 나는 식사를 한 직후 유독 배가 더 불편했고 더부룩함을 느꼈다.
만약 복통이 한두 번이 아니라 몇 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상위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복통과 함께 변비나 설사, 혈변, 체중 감소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소화기 질환이나 직장암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 배변 습관의 변화
처음에는 화장실을 가는 횟수가 조금 달라진 정도였다. 평소보다 변을 자주 보거나, 반대로 변비가 심해지는 일이 잦았다. 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가늘어지고, 급기야는 새끼손가락보다 얇아졌다. 배변 후에도 잔변이 남아있는것 같아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당시 나는 이런 증상이 단순한 장 트러블이나 식습관 때문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배변 습관이 갑자기 변하고, 몇 주 이상 지속된다면 소화기 계통의 문제일 수 있으며, 직장암의 초기 신호일 수도 있다. 특히, 변이 가늘어지는 것은 종양덩어리가 장을 막으면서 부분폐쇄가 발생하여 생길 수 있는 증상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 혈변 또는 변 색깔 변화
갑자기 몇차례 혈변을 보고 나는 다시 동네 내과에 갔다. 의사는 복통도 복통이지만 혈변을 보는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니 아무래도 대장내시경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혹시 치질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했지만 피의 색깔이 선홍색이 아니라 검붉은 색에 가까웠고, 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아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대장내시경을 예약했다.
직장암이 있을 경우, 대장에서 출혈이 생기면서 변 색깔이 어두운 색을 띨 수 있다. 피가 항문 근처에서 나왔다면 선홍색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출혈이 장 내부에서 이루어질 경우 검붉거나 검은색 변이 나올 수도 있다. 만약 변 색깔이 평소와 다르고 지속적으로 혈변이 보인다면 반드시 상위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 계속되는 피로감
직장암이 진행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중 하나는 피로감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 항상 피곤하고 무기력했다. 나는 직장을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반려묘를 키우고 있는데 반려묘가 새벽에 자꾸 울어서 나의 수면을 방해했기 때문에 수면부족으로 피곤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내 몸이 암과 싸우기 위해 그리 피곤했던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암이 진행되면 우리 몸은 종양과 싸우기 위해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하게 된다. 또한, 장출혈로 인해 철분 결핍성 빈혈이 생기면서 피로감이 심해질 수 있다. 만약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피곤하고, 잠을 충분히 자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나는 직장암 3기까지 진행될 때까지,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암은 이미 오랫동안 내 몸에서 서서히 자라고 있었고,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내주었는데 나는 그 신호를 모두 놓친 것이다. 나는 항상 복통이 있었고 평소 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증상이 심해져서야 병원을 찾았다. 급기야는 혈변을 보고서야 내 몸의 심각성을 인지했었다.
혹시 최근 들어 배변 습관이 변하고, 복통이 있으며, 원인 모를 피로감이 지속되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설마 나일 리가 없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상위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니면 대장내시경이라도 꼭 받아보았으면 좋겠다. 직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치료가 어렵고 생존율도 낮아진다. 제발 나처럼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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