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장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위 내시경 검사는 꼬박꼬박 했지만 대장내시경 검사는 검사 전에 음식조절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약과 함께 엄청난 양의 물을 함께 먹어야 한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미뤘다. 그리고 후회했다. 만약 내가 조금만 더 일찍 검사를 받았다면, 내 병은 3기가 아니라 2기 어쩌면 1기에서 발견되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장내시경의 중요성과 검사받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 대장내시경, 왜 중요한가?
많은 사람들이 대장내시경을 꺼린다. 나도 그랬다. 가장 큰 이유는 검사 과정이 불편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설마 내가 암일 리가 있겠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다.
직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매우 높다. 1기에서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3기가 되면 40~60%로 떨어진다. 내가 만약 1기에서 검사를 받았더라면, 수술 후 항암도 하지않고 빠르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장내시경이 중요한 이유는 암뿐만 아니라 용종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장암은 대장 용종에서 시작된다. 이 용종을 미리 제거하면 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내 경우처럼 검사를 미루다가 암이 진행되면, 치료 과정이 훨씬 힘들어진다.
- 대장내시경 검사 과정
대장내시경 과정은 크게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 식단 조절
검사 2~3일 전부터 식사를 조절해야 한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이나 씨앗이 있는 과일, 색깔이 선명한 음식 등은 피하고, 죽이나 미음 같은 소화가 쉬운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검사 당일에는 금식해야 한다. - 검사 전 준비
대장내시경을 받기 전날은 장을 깨끗하게 비워야 한다. 이를 위해 장 정결제(대장 세척제)를 마셔야 한다. 이 과정이 가장 힘들다고 들었고, 나도 정말 힘들었다. 장 정결제는 물약과 알약이 있는데 물약은 비용이 들지 않지만, 오라팡이라는 알약은 2~3만 원의 비용이 든다. 나는 첫 검사 때는 괜찮겠지 하고 물약을 먹었는데 물약은 알약보다 물 복용량이 훨씬 많아 힘들다. - 검사 진행
병원에 도착하면 진정제(수면내시경)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수면내시경을 선택했고 12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했다. 덕분에 검사하는 동안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검사 자체는 20~30분 정도 걸린다. 의사가 내시경을 삽입해 장 내부를 확인하고, 이상이 있는 부분이 있으면 조직검사를 하거나 용종을 제거한다. - 검사 후 회복
수면내시경을 받았다면 깨어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후 가벼운 식사를 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된다. 다만, 검사 후 바로 운전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 검사 전 피해야 할 음식
대장내시경 검사 전 2~3일 전부터 장을 자극하거나 배변을 어렵게 만드는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섬유질이 많거나 장내에서 오래 머무는 음식은 장을 깨끗하게 비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 섬유질이 많은 음식
섬유질이 많으면 장에 오래 남아 있어 장 정결제(세정제)로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 검사 전에는 흰쌀밥, 흰 식빵, 흰죽 같은 저섬유질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 채소류 (김치, 나물, 양배추, 상추, 시금치 등)
- 과일류 (사과, 배, 바나나, 포도, 키위, 딸기 등)
- 잡곡류 (현미, 보리, 귀리, 잡곡밥 등)
- 해조류 (미역, 다시마, 김 등)
- 씨앗이 많은 음식
씨앗은 장에 남아 내시경 검사 시 장 점막을 가려 정확한 검사를 방해할 수 있다.
- 참깨, 들깨, 견과류 (호두, 아몬드, 땅콩, 해바라기씨 등)
- 오이, 수박, 참외, 포도 등 씨가 포함된 과일
- 토마토, 가지, 고추 등 씨가 있는 채소
- 기름진 음식 및 튀긴 음식
기름진 음식은 장의 배출 속도를 늦추고, 대장 정결제를 복용했을 때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 삼겹살, 치킨, 돈가스, 라면, 피자 등 기름진 음식
- 버터, 치즈, 크림이 많은 음식
- 붉은색, 보라색, 청색 음식
붉은색이나 보라색 색소가 장 점막에 남아 출혈로 오인될 수 있어 검사 결과를 방해할 수 있다.
- 포도주스, 블루베리, 자두, 적포도, 체리, 오렌지 주스 등
- 빨간색이나 보라색 색소가 들어간 음료수, 젤리, 사탕
- 검사 전 피해야 할 약물
대장내시경 검사 전에 복용을 중단해야 할 약물이 있다. 특히 출혈 위험을 높이는 약물이나 장운동을 방해하는 약물은 미리 의사와 상담하여 복용 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혈액응고 방지제(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
- 아스피린(Aspirin)
- 와파린(Warfarin)
- 클로피도그렐(Plavix)
- 리바록사반(Xarelto)
- 다비가트란(Pradaxa)
- 당뇨약(경구 혈당강하제, 인슐린)
- 메트포르민(Metformin)
- 설포닐우레아 계열(Glimepiride, Glipizide 등)
- 인슐린(Insulin)
- 고혈압 약
- 칼슘채널차단제(Amlodipine, Nifedipine 등)
- 베타차단제(Propranolol, Atenolol 등)
- 철분제 및 변비약
- 철분 보충제(Ferrous sulfate, Ferrous gluconate 등)
- 변비약(락툴로오스, 비사코딜 등)
대장내시경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대장내시경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해 본 결과, 오히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고 암이 진행되었을 때의 고통은 훨씬 크다. 나는 암이 발견되어 수술 후까지 짧은 시간 동안 총 3번의 대장내시경을 했다. 동네 병원에서 처음 내시경을 했고 국립암센터에서 수술 전에 다시 한번 받았다. 그리고 수술이 끝나고 또 내시경을 받았다. 이제 내시경은 2년 주기로 받으면 되지만 그 시간이 금방 올 것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두렵다. 두렵지만 꼭 받아야 한다. 만약 내가 1~2년만 일찍 검사를 받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더 늦게 받았더라면 4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 생각을 하면 더 늦게 받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혹시라도 대장내시경을 미루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검사를 받기를 바란다. 검사 자체는 불편할 수 있지만,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훨씬 쉬워진다.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경각심을 주고, 한 사람이라도 더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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