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렸다고 하니 제일 먼저 알고 싶은 것이 이 병이 얼마나 진행되었으며, 1기, 2기, 3기, 4기 중 몇기인지였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께 "그럼 저는 몇기인가요?"라고 물어봤었다. 그런데 암의 기수는 내시경이나 MRI, CT검사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일단 수술을 해야 하고 수술 시 암조직의 일부를 떼어내는데 그 조직으로 침윤 정도와 전이여부 등을 검사해서 몇기인지 최종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나는 국립암센터에서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에도 몇기인지 듣지 못했고 이후 다학제 진료시간에 직장암 3기 B라는 얘기를 들었다.
나를 수술해준 외과 집도의 말고도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명의 의사들이 모여 내 병에 대해 서로 의논하고 제일 좋은 치료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다학제 진료인데, 이때 나는 암의 병기와 기수 등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사실 듣기는 했지만 의사들의 대화 중에 모르는 용어들이 너무 많아 그때 들었던 내용을 집에 와서 생각나는 것마다 찾아봤었던 것도 기억난다. 그리고 내심 2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3기라고 하니 기대감이 무너져 힘들었던 마음도 기억난다. 내가 2기라고 생각했던 데에는 림프절 전이 및 타 장기로 전이가 없었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3기라니... 거기에 3기 A도 아니고 3기 B라니... 그런 생각을 하니 정말 절망스러웠었다. 다학제 진료 때 들은 거지만 나는 림프절 전이가 1개 있고 그 한 개가 침윤도가 상당이 높아 3기 B가 되었다고 했다.
- 직장암 병기와 기수 구분
암의 병기는 TNM 분류법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TNM은 **종양 크기(T), 림프절 전이 여부(N), 원격 전이 여부(M)**를 의미하며, 이 세 가지 요소를 조합하여 병기가 정해진다.
1. T(Tumor, 종양의 크기와 침윤 정도)
- T1: 암이 점막과 점막하층까지만 국한됨
- T2: 근육층까지 침범했지만 장벽을 뚫지는 않음
- T3: 장벽을 뚫고 바깥층(장간막 지방조직)까지 침범
- T4: 주변 장기나 구조물(방광, 자궁, 전립선 등)까지 침범
2. N(Node, 림프절 전이 여부)
- N0: 림프절 전이 없음
- N1: 림프절 1~3개 전이
- N2a: 림프절 4~6개 전이
- N2b: 림프절 7개 이상 전이
3. M(Metastasis, 원격 전이 여부)
- M0: 원격 전이 없음
- M1a: 하나의 먼 장기(간, 폐 등)로 전이됨
- M1b: 두 개 이상의 먼 장기로 전이됨
이 세 가지 요소(T, N, M)를 조합하면 대장암 및 직장암의 병기가 결정된다.
- 직장암 기수 구분
대장암과 직장암의 기수는 1기부터 4기까지 나뉘며, 진행 정도에 따라 세부적으로 구분된다.
1기 (Stage I)
- 종양이 점막 또는 근육층까지만 침범 (T1 또는 T2)
- 림프절 전이 없음 (N0)
- 원격 전이 없음 (M0)
- 비교적 초기 상태로, 완치율이 높음
2기 (Stage II)
- 종양이 장벽을 뚫고 장간막 지방조직까지 퍼짐 (T3 또는 T4)
- 림프절 전이 없음 (N0)
- 원격 전이 없음 (M0)
- 장벽을 넘어 퍼졌지만, 림프절 전이가 없으므로 3기보다 예후가 좋음
- 2A(T3N0M0), 2B(T4aN0M0), 2C(T4bN0M0)로 세분화됨
3기 (Stage III)
- 림프절 전이가 있음 (N1 또는 N2)
- 원격 전이 없음 (M0)
- 암이 장벽을 넘어섰고 림프절까지 퍼졌지만, 다른 장기로 퍼지지는 않은 상태
- 3A(T1T2, N1, M0): 종양이 장의 초기 층에 있으나 림프절 13개 전이
- 3B(T3T4, N1/N2a, M0): 종양이 장벽을 넘어 지방조직이나 인접 조직까지 침범하고 림프절 전이 16개
- 3C(T1~T4, N2b, M0): 종양 크기와 상관없이 림프절 전이가 7개 이상
4기 (Stage IV)
- 원격 전이(M1)가 확인된 경우
- 4A(M1a): 하나의 먼 장기로 전이
- 4B(M1b): 두 개 이상의 장기로 전이
- 예후가 가장 좋지 않으며, 치료 목표가 완치보다는 생명 연장과 증상 완화로 바뀌는 경우가 많음
직장암 3기 B란?
나는 T3N1M0, 즉 직장암 3기 B 판정을 받았다.
- T3: 암이 직장의 근육층을 넘어 바깥 지방층까지 퍼짐
- N1: 림프절 1~3개 전이
- M0: 원격 전이 없음
직장암 3기는 림프절 전이가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2기까지는 림프절 전이가 없지만, 3기부터는 암세포가 림프절까지 퍼져 있는 상태이므로 재발 위험이 높아진다.
마무리하며...
처음 "3기 B"라는 진단을 들었을 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병기 구분을 이해하고 나니 내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의사가 "암이 골반쪽으로 침윤도가 높아 골반쪽이 전이된 것 같아 걱정했는데 다행히 괜찮았다"고 했던 말이 다시금 생각나며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정말 큰일 났을 것이라는 무서움과 안도감이 함께 공존했던 마음이 생각난다. 또한 조금만 더 일찍 검사를 받았더라면 3기까지 진행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고도 생각했다.
암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두렵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알고, 믿을 수 있는 의료진과 상담하며 최선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직장암 3기 B였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며 경험을 나누고 있다. 앞으로도 건강을 관리하며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혹시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이 있다면,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장암, 복강경 수술 후 항암 치료 전까지의 관리 (0) | 2025.03.01 |
---|---|
직장암, 복강경 수술을 받다 (0) | 2025.02.27 |
직장암 3기 B, 치료는 어떻게 진행될까?-내가 받은 치료 (0) | 2025.02.27 |
직장암이 대장암보다 위험한 이유 – 내가 직접 겪어보고 알게 된 사실 (0) | 2025.02.26 |
대장암과 직장암, 뭐가 다를까? 직접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 (0) | 2025.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