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나는 직장암 진단을 받았다. 한동안 아랫배가 살살 아픈데 증상이 가시지 않아 동네 내과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봤다. 의사 선생님은 배에 가스가 많이 차서 그런 것 같다며 약을 처방해 주셨다. 하지만 약을 복용해도 배 아픈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고 점점 변을 보기가 힘들었으며, 급기야는 혈변을 보고야 말았다. 동네 내과 의사 선생님은 혈변을 보는 것은 좋은 증상이 아니니 대장내시경을 받아보자고 하셨다. 대장내시경 후 의사 선생님께서 직장암인 것 같다고 하셨다. 암덩어리가 장안쪽으로 뱀이 똬리를 튼 것같이 덮어버린 내시경사진을 보여주시는데 너무 충격적이라 말을 할 수 조차 없었다. 용종 때문에 배가 아플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가 ‘암’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니 정말 그냥 눈물이 뚝하고 떨어졌다. ‘암덩어리가 이렇게 크게 자랄동안 어떻게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대장암은 많이 들어봤는데 직장암이라는 단어는 너무 생소해 ‘대장암이랑 직장암은 뭐가 다를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데 치료 과정을 겪으면서 이 둘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내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대장암과 직장암의 차이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 대장암과 직장암, 위치부터 다르다
대장은 크게 결장과 직장으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장암은 결장에서 발생하는 암을 뜻하고, 직장암은 대장의 끝부분인 직장에서 생기는 암이다. 처음엔 위치만 다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치료 방식이나 예후까지도 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대장암은 결장에서 발생하고, 직장암은 직장에서 발생한다. 결장이 대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대장암이 더 흔한 편이고, 직장암은 대장암의 일부로 포함되지만 직장에서만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증상이 미묘하게 다르다
내가 직장암 진단을 받기 전, 변이 가늘어지고 혈변이 있는 등 배변 습관에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직장암 환자들은 대장암과는 또 다른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대장암의 초기 증상은 배변 습관의 변화, 복통이나 복부 팽만감, 피로감 등이 주를 이룬다. 반면 직장암은 변에 피가 섞이거나 변이 가늘어지는 증상이 초기부터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직장암 환자들은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남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 두 암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대장암은 증상이 애매해서 초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반면, 직장암은 혈변이나 배변 습관 변화와 같은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 비교적 빨리 발견될 수 있다.
- 치료 과정, 직장암이 더 어렵다
대장암과 직장암 모두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가 사용된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대장암은 수술을 통해 종양을 잘라내는 방식이 주된 치료법이다. 반면 직장암은 수술 전 방사선 치료가 자주 사용되는데, 직장은 공간이 좁아서 종양을 줄이고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직장암은 항문 근처에 발생하면 항문 보존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장루(인공항문)를 달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대장암과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다.
대장암은 비교적 수술 후 회복이 빠른 편이지만, 직장암은 항문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기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 생존율과 예후,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실 암에 걸리면 가장 궁금한 건 ‘완치가 가능할까?’라는 점이다. 통계를 보면 대장암과 직장암의 생존율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기(1~2기) 발견 시 두 암 모두 생존율이 높다. 하지만 3기부터 직장암의 생존율이 더 낮아진다. 직장암은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4기에서는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런 점에서 대장암과 직장암 모두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의 경우는 3기였었는데 그래도 4기에 발견이 되지 않아 치료를 잘 마쳤지만, 만약 발견이 늦어 4기가 되었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 예방이 가능할까?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내가 직장암 진단을 받은 이후 우리 집 식탁은 완전히 바뀌었다. 대장암과 직장암은 생활습관이 큰 영향을 주는 암이기 때문이다. 채소, 과일, 견과류 같은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자주 먹고, 가공육과 붉은 고기 섭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빠트리지 않았다. 특히 대장내시경 검사는 암 예방과 조기 발견에 가장 중요한 검사 중 하나다.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지만, 생활습관을 바꾸면 암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마무리하며…
오늘은 내가 직접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대장암과 직장암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이 둘은 위치부터 증상, 치료 과정, 생존율까지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조기 발견과 예방이다.
대장암이나 직장암의 초기 증상이 의심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생활습관 개선과 정기검진을 통해 암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글이 대장암과 직장암에 대해 궁금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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